[책] 어른은 겁이 많다/손씨/흐름출판
어른은 겁이 많다
우연히 읽게 된 책
동물은 자신이
사냥할 수 있는
사냥감만을 쫓는다.
만약 네게 자꾸
똥파리가 꼬인다면
네가 똥일 수 있어.
# 오늘도 헌팅 당해 힘들다는 친구에게
돈 벌면
내가 돈만 벌면
더 벌면
내가 좀 더 벌면
# 이루지 못할 효도
당신이 새로운 일에 도전 하는걸
좋아한다는 것이.
하는 일마다 금방 싫증을 느끼거나,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함이 아닌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도전이 아니라, 도피다.
# 합리화
눈을 감고 있다고 해서
잠든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을 안 한다고 해서
상처를 안주는 것도 아니다.
경우에 따라 침묵은
가장 고통스러운 고문이다.
# 잠수타지 말자
수명이 늘어 100세까지인데
난 아직 어른이 된지 9년 밖에
되지 않았다.
20년 동안 어린이로 살던 내게
갑자기 어른이 되라고 하니,
9년 동안 지랄 맞은 경험을
많이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어른보다 어린아이로
살아온 세월이 더 많아,
서투른 손짓으로 넥타이를
졸라매고 있는데.
그럼 난 언제쯤 어른이 될까?
중학생 때는 수염이 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고,
고등학생 때는 술, 담배를 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여자랑 자면
또 군대나 회사를 들어가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은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면
어른이 될 것 같은데 그때도
어른이 되기엔 아직 멀었단 생각이 들까?
아! 지금 드는 생각인데, 아마 어른이
되었단 건 '아닌 걸 아니라고 말 못할 때'
또는 ‘하고 싶은 일 보다,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 때’ 가 아닐까?
# 이미 어른이 되었나 보다
아직도 기억난다.
엄마의 왼손엔 나를 오른손엔 누나를
그렇게 신발가게로 가서 꼼꼼하게
신발을 골라보곤 결국 내가신고
싶은 신발을 샀다.
그렇게 신발을 사고 문을 나서려는데
엄마는 검정단화를 뚫어지게 쳐다보시다,
갖고 싶으셨는지 신발주인과 흥정을 하셨다.
신발가게 주인은 끈질긴 엄마의
깎아달라는 부탁에 결국 짜증을 내셨고.
우리에게 엄마는 괜찮다며, 결국 단화를
포기하고, 집으로 가는 길 우리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주셨다.
어린 나에게도 계산은 됐다.
저녁밥 값이면 단화를 살 수 있었다는 것을.
도수도 안 맞는 오래된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나눠 가난을 막아준 그들의 밑에서,
나는 가난이란 걸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렇게 가난이란 걸 몰랐던 나를
가난한 사람으로 만드는 그녀를
사랑하면 불효일까?
- 손씨의 지방 시 ‘그래 넌 그 좋아하는 현실과 살아라’ 中에서 -
나다운 게 뭘까?
친구를 만날 때는 철부지 바보 같고,
회사에서는 예의 바르고 싹싹하고,
가족들이랑 있을 때는 무뚝뚝하고,
혼자 방안에 있을 때 내 모습은 우울한데,
어떤 모습이 내 모습일까
만나는 사람 따라 행동이 바뀌는 나는,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고 있는 걸까?
가장 나다워 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들 하는데,
가장 나다운 모습을 모르겠는데,
아니 내가 누군지를 모르는데,
내가 누굴 사랑하겠니.
아마 세상을 나에게 맞춰 사는 게 아니라,
나를 세상에 맞춰 살았나 보다.
그러니 어느덧 나를 잃어버렸다.
- 손 씨의 지방 시 ‘넌 널 아니?’ 中에서 -